소셜수다 거창사람들

제 나이에 어릴적 배고팠던 시절을 얘기하면

어른들께 혼나겠지만...

오미자를 보다 문득 떠오른 추억이 하나 있네요.

한 겨울 콧물 줄줄 흘리며 썰매 타고...

눈 쌓인 농장에 돌아다니다

추위와 굶주림에 얼어죽어있는 꿩을 주워오곤 했습니다.

재미... 끝내줬습니다

 

손등이 갈라지고

동상을 입어도 겨울은 좋았습니다.

재미가 있었거든요.

숨이 턱 밑까지 차도록 뛰어다녀도 땀이나지 않구요.

숨쉴때 콧구멍이 얼어도 좋았어요.

썰매를 탈 수 있었거든요.

 

그러다 감기가 걸리죠...

고약한....

방바닥에 장판이 눌러붙도록

뜨끈뜨끈하게 군불을 지피고

군고구마를 그렇게 열심히 먹고 잤건만....

그 날 엄청난 고열에 시달렸나 봅니다.

자다 정신을 차려보니

어머니께서 부끄럽게도 옷을 홀딱 벗겨놓고

미지근한 물수건으로 제 몸을 닦아 체온을 내리고 계셨죠

방문을 열면 바로 눈내리는 마당인데..

그 방문을 쪼금 열어 봅니다.

서늘한 그 바람이 너무 좋았죠.

 

그럴때 어머니께선 항상 주전자에 무언가를 끓여서 갖다 주십니다.

발갛게 우려낸 오미자차.

신맛이 싫어서 그렇게 안먹겠다고 버티다 오한에 몸을 두어번 떨고나면

억지로 한모금 들이킵니다.

또 한모금 또 한모금... 배가 뽈록하도록 마셨습니다.

국그릇에 한가득 부어놓으신 오미자차를

 

왜 먹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먹었는데...

 

그렇게 좋은 해열제를 잊고 있었네요.

이제부터 저도 꼬박꼬박 챙겨 먹어 볼려구요.